문학 작품 속 배경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등장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이 배경이 영상으로 재해석될 때, 우리는 더욱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죠. 이번 글에서는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소설 속 실제 배경지를 직접 찾아가, 감성과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문학 여행지를 알아보도록 합니다. 영상 속 장면을 떠올리며 걷다 보면, 마치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겁니다.
영화·드라마 촬영지도 된 소설 배경지 탐방기
1. 『나의 해방일지』 – 경기 화성, 평범한 일상 속 깊은 울림
JTBC 드라마로 제작된 『나의 해방일지』는 장현성과 김지원이 주연을 맡아, 답답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픈 세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원작은 따로 없지만, 드라마의 촬영지로 쓰인 장소가 오히려 한 편의 소설처럼 다가오며,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남겼습니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지였던 경기 화성의 남양읍과 제부도 일대는 실제로도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적당히 외진 느낌이 있어,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이 '탈출'하고 싶은 심리를 자극합니다. 특히 극 중 등장한 남양역 주변과 정겨운 시골길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기분을 주며, 혼자 걷기에도 좋습니다. 제부도는 썰물 때에만 건널 수 있는 '모세의 길'과 함께 하루를 온전히 쉬어가기 좋은 장소입니다.
📍 추천 방문 코스: 남양역 앞 시골길 산책 → 제부도 일몰 감상 → 제부도 아트파크 구경
2. 『리틀 포레스트』 – 경북 의성, 사계절의 따뜻한 기록
이 영화는 원작이 일본 만화지만, 한국 영화화된 버전에서는 김태리와 류준열이 주연으로 등장하며 우리나라 농촌의 풍경에 맞게 재해석되었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와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잔잔한 대사보다 풍경과 계절의 색채가 주인공처럼 느껴집니다.
촬영지는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후평리. 이곳은 실제로도 영화에서 보던 그 시골 풍경 그대로 남아 있어, 농촌 체험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제격입니다. 특히 봄과 가을이면 논두렁 사이로 피어나는 야생화들과 벼 익어가는 풍경이 아름답고, 주변 농가에서 직접 농작물을 구매하거나 체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행지보다는 ‘살고 싶은 곳’에 가까운 매력을 가진 곳이죠.
📍 추천 방문 코스: 영화 속 집터 방문 → 후평리 마을 산책 → 의성 전통시장 둘러보기
3. 『소년이 온다』 – 광주, 비극과 기억이 살아 있는 도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로,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인물의 감정선과 고통을 밀도 있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아직 영상화되지 않았지만, 이미 다큐멘터리적 감각으로 그려진 서사와 수많은 독자의 상상 속에서 시각화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소설을 기반으로 여러 전시와 영상 콘텐츠가 만들어지면서, 광주를 찾는 여행자들이 소설의 무대와 역사현장을 연결해 탐방하기 시작했습니다.
광주 금남로와 전일빌딩245, 국립 5·18 민주묘지, 그리고 망월동 구 묘역까지. 이들 장소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기억과 추모가 이어지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소년이 온다』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 문학과 현실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 추천 방문 코스: 금남로 주변 답사 → 전일빌딩245 전시관 → 국립 5·18 민주묘지 → 망월동 옛 묘역
단순히 촬영지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그 장소에 담긴 이야기와 정서를 함께 느끼는 여행은 우리에게 더욱 깊은 울림을 줍니다. 문학의 배경이 된 공간을 직접 발로 밟아보는 일은, 책이나 스크린으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선사합니다.
다음 여행 계획이 있다면, 좋아했던 소설 속 공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먼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이야기와 함께하는 여행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서사가 될 수 있습니다.